커피 로스팅은 생두에 열을 가하여 여러 가지 다양한 화학적 변화를 일으킴으로 커피의 특유의 맛과 향을 끌어내는 복합적인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로스팅을 통해 생두는 단순하게 갈색으로 변하는 것뿐만 아니라, 수많은 화학반응을 거치며 커피의 풍미와 향미, 물리적 특성이 결정됩니다. 로스팅 과정 중에 일어나는 주요 화학적 변화들을 이해한다면 최적의 로스팅을 달성하고, 원두의 특성을 살리는 데 매우 유익할 것입니다.
1 수분증발 2 메이야르 반응 3 캐러멜화 4 피롤리시스 5 휘발성 화합물생성 6 가스배출,디개싱 7 로스팅 프로파일과의 상호작용 8 로스팅후 원두저장과 화학적변화 9 로스팅과 커피의 효능 |
1. 수분 증발
먼저 로스팅 과정의 첫 번째 변화는 수분 증발입니다. 생두는 약 10~12%의 수분을 포함하고 있는데, 로스팅 초기에 열이 가해지면서 수분이 증발되기 시작합니다. 이 과정은 로스팅 초기라고 할 수 있는 100°C(212°F) 정도의 온도에 도달할 때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수분 증발은 단순히 물이 사라지는 것이 아닌, 열이 원두의 내부까지 균일하게 전달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생두는 수분이 차츰 증발하면서 점점 팽창하고 밀도는 감소하게 됩니다.
수분 날리기라고도 부르는 이 수분 증발 과정에서 원두의 색은 초록색에서 황색으로 변하면서, 커피 로스팅의 초기 단계가 끝납니다. 수분이 적절히 증발되지 않게되면, 이후의 단계에서 원두가 균일하게 로스팅되지 않는다거나 맛의 발달이 저해될 수 있습니다. 수분증발 과정은 로스팅의 기초가 되며, 시간이 너무 짧거나 혹 길게 되면 이후 맛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수분이 과도하게 빠르게 증발하면, 원두가 타거나 지나치게 건조될 위험이 있으며, 만일 너무 늦게 증발하게 되면 원두 내부에서 화학반응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을 수 있어 적절한 시간 조절이 요구됩니다.
2. 메이야르 반응 (Maillard Reaction)
로스팅 중 가장 중요한 화학 반응이 바로 메이야르 반응입니다. 메이야르 반응은 단백질의 아미노산과 환원당이 높은 온도에서 결합하여 다양한 화합물을 만들어 내는 과정으로, 커피의 고유한 맛과 색, 그리고 향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메이야르 반응은 주로 140°C에서 160°C(284~320°F) 사이에서 활발히 일어나는데, 이 과정을 통해 원두는 노란색에서 갈색으로 변하고, 커피의 고소한 맛, 구운 향 등을 형성합니다.
이 반응은 커피의 갈색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향미의 화합물을 만들어 내는데 이는 커피의 풍부한 향을 제공하며, 이 중 일부는 캐러멜화와 결합하여 단맛을 더하게 됩니다. 메이야르 반응을 통해 생성된 주요 화합물 중에 멜라노이딘(melanoidin)이 있는데, 이것은 커피의 갈색 색소를 구성하고 항산화 작용을 하는 화합물입니다. 또한 이는 커피의 쓴맛, 단맛, 신맛의 균형을 잡는 데도 도움을 줍니다.
메이야르 반응이 적절하게 진행되지 않는다면 커피맛이 밋밋하게 되거나 맛의 균형이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너무 과도하면 커피의 쓴맛이 강해지고, 깊이감 없는 풍미를 내게 됩니다. 그러므로 로스터는 메이야르 반응의 적절한 시점을 파악하여 각 커피의 개성을 살려야 합니다.
3. 캐러멜화 (Caramelization)
캐러멜화(Caramelization)는 170°C(338°F) 이상의 고온에서 발생하는데, 당이 열에 의해서 분해되며 캐러멜향, 초콜릿향, 복합적인 단맛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커피 생두는 자연적으로 포도당, 과당과 같은 당분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것들이 고온에서 분해되어 여러 가지 다양한 향미 성분을 형성합니다. 캐러멜화는 로스팅 과정에서 아주 중요한 단계로서, 커피의 단맛과 깊이 있는 맛을 강화합니다.
캐러멜화 (Caramelization) 는 커피의 단맛과 쓴맛 사이의 균형을 결정짓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이 과정이 적절히 잘 이루어지면 커피는 복합적이며 부드러운 단맛을 가지게 됩니다. 그러나 캐러멜화가 과도하게 되면, 당이 탄화되면서 쓴맛이 강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쓴맛과 함께 원두의 색도 너무 어두워지면서 커피가 스모키 하거나 타는 듯한 맛을 낼 수 있습니다.
4. 피롤리시스 (Pyrolysis, 열분해)
피롤리시 스는 로스팅 후반부에 일어나는 주요 화학적 변화입니다. 열분해는 원두 내부의 셀룰로오스 구조가 고온에서 분해되며, 다양한 화합물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입니다. 이 단계는 로스팅이 거의 끝나가는 시점에서 일어나는데, 첫 번째 크랙(First Crack) 이후 활성화됩니다. 첫 번째 크랙은 약 196°C(385°F)의 온도에서 발생하며, 이때 원두 내부에서 수증기와 가스가 팽창하면서 작은 ‘팝’ 소리가 나는 때를 말합니다.
피롤리시 스는 커피의 풍미와 강도에 크게 영향을 주는 화학적 과정으로, 로스팅 과정에서 커피가 강렬한 향미를 가지게 되는 매우 중요한 시기입니다. 이때 만들어지는 다양한 휘발성 화합물들에 의해 커피의 향이 결정되는데, 이러한 향 성분들은 로스팅 시간이 길어지면서 점점 더 분해되고 변형됩니다. 다크 로스트는 피롤리시스가 심화되면서 쓴맛과 스모키 한 향이 강하게 나타나는 커피가 만들어지는 로스팅단계입니다.
하지만 피롤리시스가 지나치게 과도히 진행되면 커피의 복합적인 향미는 감소하고, 탄 맛이 나게 됩니다. 다크 로스팅 시 피롤리시스를 적절히 제어하지 않으면 커피가 너무 타거나 지나치게 쓴맛이 날 수 있으므로, 신중히 온도를 조절해야 합니다.
5. 휘발성 화합물의 생성
로스팅 과정에서 커피의 여러 향을 결정하는 휘발성 화합물들이 형성됩니다. 커피의 복합적인 향은 이 휘발성 화합물들의 상호작용에 의해 만들어집니다. 이 휘발성 화합물은 로스팅 과정 중에 열에 의해서 만들어지거나 변형됩니다. 특히, 1차 크랙 이후부터 휘발성 화합물들이 활성화되며, 커피의 향미는 급격하게 변하게 됩니다.
로스팅 과정에서 생성되는 중요한 휘발성 화합물에는 푸란(furan), 케톤(ketone), 피라 진(pyrazine), 에스테르(ester) 등이 있습니다. 이들은 각각 커피의 과일향, 초콜릿향, 꽃향, 스모키 한 향을 담당합니다. 라이트 로스트 커피는 휘발성 화합물이 덜 분해되어 과일향과 신선한 향이 두드러지게 되며, 다크 로스트 커피는 휘발성 화합물들이 더 많이 분해되어 다크 한 초콜릿이나 고소한 견과류 향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휘발성 화합물은 커피의 첫 향을 결정하며, 특히 추출 후 즉각적으로 느껴지는 향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6. 가스 배출과 디개싱 (Degassing)
로스팅 과정 중 원두 내부에서 이산화탄소(CO₂)와 기타 가스들이 생성되는데 이는 커피의 맛과 향, 그리고 추출 과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로스팅 후, 시간이 지나면서 원두 내부의 이산화탄소와 기타 다른 가스들이 배출되는 과정을디개싱(degassing)이라고 하는데, 이는 커피의 신선도와 추출 품질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디개싱 과정에서 가스는 서서히 원두 밖으로 빠져나오는데 그중 이산화탄소는 커피의 크레마 형성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가스가 너무 빠르게 배출된다거나, 지나치게 오래 남아 있으면 커피의 맛과 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디개싱(Degassing)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추출 과정에서 가스가 과도하게 배출되어 커피가 과다 추출될 수 있고, 그로 인해 쓴맛이 강해질 수 있습니다. 신선한 커피는 로스팅 후 며칠 내에 가스가 빠르게 배출되며, 적절한 디개싱 시간이 지나야 최적의 풍미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보통 라이트 로스트 커피가 다크 로스트 커피보다 이산화탄소 배출 속도가 느린 편입니다.
7. 로스팅 프로파일과의 상호작용
커피 로스팅에서의 화학적 변화에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하는 것이 바로 온도와 시간입니다. 로스터는 원두 고유의 특성, 즉 품종과 재배지 그리고 가공 방식등에 따라 적절하게 로스팅 프로파일을 설계해야 합니다. 로스팅 프로파일은 온도 상승 곡선을 의미하는 것으로, 로스팅의 각 단계에서 원두가 경험하는 열의 변화를 나타냅니다.
일반적으로 로스팅은 라이트, 미디엄, 다크 로스트로 나눌 수 있는데, 각 로스팅 단계에서의 화학적 반응은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라이트 로스트는 주로 산미, 과일향이 강조되며, 상대적으로 메이야르 반응과 캐러멜화가 덜 진행됩니다. 반면 다크 로스트는 피롤리시스가 더 강하게 진행되어서 쓴맛, 스모키 한 향이 강해집니다.
로스팅 프로파일 설계 시 중요한 점은 각 화학적 반응이 적절한 시간과 온도에서 일어날 수 있도록 조정하는 것입니다. 메이야르 반응, 캐러멜화, 그리고 피롤리시스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커피의 맛을 결정짓는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메이야르 반응이 너무 일찍 일어나면 커피가 덜 익은 맛이 날 수 있고, 캐러멜화가 지나치면 쓴맛이 강해질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로스팅 과정에서 열과 시간을 신중하게 조절함으로 최적의 화학적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 필요합니다.
8. 로스팅 후 원두저장과 화학적 변화
커피는 로스팅 후에도 시간이 경과되면서 다양한 화학적 변화를 겪습니다. 로스팅 직후의 원두는 가장 신선한 상태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휘발성 화합물들이 서서히 산화되거나 분해되는데 이로 인하여 커피의 향과 맛이 변화합니다.
로스팅 후 원두가 공기와 접촉하면 산패가 되는데 산소에 의해 지방과 휘발성 화합물들이 산화되어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이로 인해서 커피는 쓴맛이 증가하게 되고, 향은 퇴색하며, 결국 신선함을 잃고 맙니다. 그러므로 커피는 로스팅 후 최대한 빨리 소비하는 것이 좋으며,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하여 공기나 빛, 습기를 차단할 수 있는 밀폐 용기에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9. 로스팅과 커피의 효능
커피는 다양한 항산화 물질과 생리활성 화합물을 가지고 있는데, 로스팅 과정에서 이 물질들의 양과 성분이 변화합니다. 로스팅 중 생성되는 물질 중 멜라노이딘의 항산화 작용은 커피의 건강 효능에 기여합니다. 멜라노이딘은 메이야르 반응에서의 부산물인데, 로스팅이 진행될수록 그 양이 증가합니다. 또한, 커피에 함유된 클로로겐산(chlorogenic acid)이라는 항산화 물질은 라이트 로스트에서 더 많이 남아 있으며, 다크 로스트에서는 일부가 분해되지만 멜라노이딘과 같은 새로운 화합물이 생성되어 신체건강에 이로운 영향을 미칩니다.
10. 로스팅의 과학과 예술
커피 로스팅은 과학적이면서 동시에 예술적인 감각을 요구하는 작업입니다. 같은 생두로 전체적으로 로스팅 시간을 짧게 유지하면서 고온에서 빠르게 원두를 가열하는 방식과, 저온에서 천천히 열을 가하는 방식은 각기 서로 다른 결과를 초래합니다. 빠른 로스팅은 더 밝고 산미가 강한 커피를 만들어내는데, 반면 천천히 로스팅하면 좀 더 깊고 복합적인 맛을 냅니다. 결국 로스터의 스타일과 철학에 따라 방식이 달라지게 되므로, 같은 원두라도 로스터가 선택한 로스팅 방식에 따라 완전히 다른 커피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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